가을 오후 - 도종환

2013. 2. 17. 04:17세월이 지나가는 소리/나에게 보내는 시

 

가을 오후 - 도종환(1954~ )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 물에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배경음악 - Autumn Leaves (고엽) - Ralf B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