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 마종기

2013. 2. 3. 22:07세월이 지나가는 소리/나에게 보내는 시

 

 


 

 

어느 날 문득 /      마종기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까
60년 넘긴 질긴 내 그림자가
팔 잘린 고목 하나를 키워놓았어.
봄이 되면 어색하게 성긴 잎들을
눈 시린 가지 끝에 매달기도 하지만
한세월에 큰 벼락도 몇 개 맞아서
속살까지 검게 탄 서리 먹은 고목이.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까
60년 넘은 힘 지친 잉어 한 마리
물살 빠른 강물 따라 헤엄치고 있었어.
정말 헤엄을 치는 것이었을까,
물살에 그냥 떠내려가는 것이었을까.
결국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못한 채
잉어 한 마리 눈시울 붉히며 지나갔어.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까
모두 그랬어, 어디로들 가는지.
고목이나 잉어는 나를 알아보았을까.
열심히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뚝심이 없었던 젊은 하늘에서
며칠 내 그치지 않는 검은색 빗소리.




배경음악 :  행복한 날이여 .. / Piano 김영균 , Cello 주해리   모음집

'행복한 날이여'는 작곡자이면서 피아노 연주자인 김영균씨가 새롭게 작곡한 첼로 연주곡 모음집 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고뇌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음의 감미로운 첼로 선율은  듣는 이를 명상에 빠트리게 만든다..

숨었다가 불쑥나타나 마음을 흔들고 가는 첼로 소리는  주해리의  연주다. .

 


01.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시 /  02. 마음의 선율 / 03. 여운을 남기며  / 04. 꽃의 생명  / 05. 따스한 봄날에 / 06. 침묵의 속삭임 / 07. 너와 나의 길 / 08. 또 다른 기쁨
09. 눈부신 아침 / 10. 새벽녘 / 11. 첼로 변주곡 / 12. 기다림 /13. 행복한 날이여 / 14. 설레임 / 15. 안개의 메아리 / 16. 갈망 / 17. 첼로와 나 / 18. 토셀리의 세레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