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edmondus

2012. 11. 25. 22:31마음을 벗어 걸어 둔 곳/모노로그(獨白)들.........

 

 

 

 

 

 

어머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 edmondus

 

 

 

 

어느덧 해질 무렵입니다.

立冬이 지나 첫눈이 내린다는 小雪이 바로 오늘입니다.

서쪽으로 떠나는 해 어스름은 길게 바닷가 마을을 덮었고

길게 꼬리를 문 느티나무 그늘도 이제 곧 제 집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부질없이 북쪽에서 건너온 찬바람은 옷깃 틈을 헤집어 겨울이 왔음을 사람들에게 일깨워 줍니다.

 

 

남들은 뒷짐지고 마을길을 서성대거나 따뜻한 구들방에서 손자재롱을 즐길 이 시간에

어머니께서는 찬바람을 등에 업고 기어이 물질을 나가셨습니다.

저 넓은 품을 가진 바다는 어머니 당신 바구니에 또 뭔가를 가득 채워 주시겠지요.

언제나 제 자리를 지키던 저 바다는 늘 이 시간에도 바구니에게 뭔가를 가득 건네주실 줄

당신은 이미 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 꺼진 텅 빈집으로 돌아올 늦은 저녁 무렵이면

당신의 빈 가슴은 누가 채워 줄까요?

 

 

기다린다는 건 참 속절없이 미련한 일입니다.

늙어 자식에게 기댄다는 말이 이미 호사스런 단어가 되어버린지 오래이지요.

일년 큰 명절 두번이라도 소원없이 자식을 곁에 두고보고

손자 재롱을 지켜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되었습니다.

자식들은 늘 핑게거리를 한다발씩 쌓아놓고 늙은 부모의 작은 바램도 배신할 만반의 준비를 해둔지 오래입니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아쉬워 뒷짐을 지고 할 일없이 서성대는 나이가 되면.

그때 비로소 자식을 기다리던 힘없는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요?

어머니 그래도 그런 자식을 더 나무라지는 마세요.

세상은 어차피 그런거라고 당신이 먼저 배워서 아셨지요.

어머니 당신도 이 세상을 미리 살아보시고 태어나신건 아니지 않습니까?

갯가 언덕에 섰던 가을억새는 아무 미련없이 다음세대를 위한 풀씨를 한없이 바람에 자꾸자꾸 날려 보냅니다.

 

 

어머니께서 바다에서 건져 올린 파래 한 바구니 머리에 이고

어스름 바닷길 타박타박 걸어 오실 무렵

바닷가 작은마을 포구에 적갈색 오렌지 빛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면

실안낙조 늦은 석양빛 바다는

한없는 그리움이 되어 번져갑니다.

 

 

어두운 바람이 불면

세월의 강물은 자꾸 흘러갑니다.

 

 

2010년 11월 22일 삼천포 실안 바닷가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