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3. 21:01ㆍ흐린날들의 풍경들/旅行, 風景 사진틀
모든 喜怒哀樂愛惡慾이 흔들거렸다./edmondus
마침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잎 무성했던 계절이 지고나니 가지 끝엔 소슬한 흔적만 남았다.
계절이 오고 간들 우리의 삶이 그리 쉽게 변하겠는가?
해가 질 무렵 裸木의 그림자 길게 내린 푸른 강물위로 꽃불 밝힌 시월의 청사초롱이 흔들렸다.
다시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애틋한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끝없는 슬픔이 번져가는 세상사가 물을 따라 출렁거렸다.
일상을 벗어나고픈, 권태를 넘어서고 싶은 열망, 호기심, 기쁨과 환희도 흔들거렸다.
어제와 다른 일탈을 꿈구며 지루한 세상살이를 이겨내려는 또다른 몸짓이 흔들거렸다.
모든 喜怒哀樂愛惡慾이 흔들거렸다.
튼튼하게 세운 콘크리트 다리를 두고도
사람들은 애써 물위에 띄워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늘 흔들리며 사는 우리 삶이 안타깝지도 않은 것일까?
위태로운 다리를 건너는 일 만으로도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있다는 말을 아직도 믿는 걸까?
우리들에겐 한번 건너고 나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도 있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일상이 되면 지루해지는 법
그러다 어느 날 늘 존재할 것 같았던 눈에 젖었던 것이 사라지는 순간 당황한다.
그리움의 대부분은 존재했던 익숙함의 상실감에서부터 출발한다.
사람들은 늘 되풀이 되는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기위해 축제를 열게 되는 까닭이다.
생각해보면 참 간단한 이치이지만 그러나 우리 삶이 그리 간단한 일이던가?
강물속으로 꽃불이 마구마구 쏟아져 내린다.
주인을 버린 페시미즘도 가을 바람 속에서 목을 놓아 울고 있었다.
낡은 포장마차에 걸터 앉은 늙은 시인의 손에 들린 잔술이 서럽게 흔들거렸다.
문득
멀리서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엎어진 술잔 속으로 별빛이 마구마구 쏟아져 내리는 그런 밤이었다.
2010년 가을밤 진주의 시월유등축제 강변에서
아무리 꽃불 밝힌 遊燈인들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얼마나 더 고울까?
묻지 않아도
진주 밤풍경은 방금 세수한 얼굴처럼
맑게 웃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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