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印寺 行 / 雜夫
2019. 8. 14. 18:43ㆍ세월이 지나가는 소리/나에게 보내는 시
海印寺 行 / 雜夫
오는 길에 벚꽃이 깔깔거리며 지더니
그냥 시장 바닥에 먹거리 살거리나 보러 갈걸
무슨 초친 맛으로 바람 불고 궂은 이 봄날에
홀로 해인사에 와서 마파람에 뒷걸음치듯
사람들에 떠 밀리다 배고파 후미진 구석
차가운 바윗돌에 앉아 붕어빵 두개로 허기를 달랜다
신세 처량하여 청승맞게 고개 숙이고 계곡을 내려보다
눈물 떨굴까봐 문득 하늘을 보니 매 한마리
덮칠듯 나를 보며 허공에 우뚝 멈춰 서 있다
다행이다
부처님을 보고가게 되어서
목련꽃 봉오리 낮에도 불켜고 있어서
주차장 은행나무가 바오밥나무를 닮아서
내 다시는 여기 오지 않으리
천년 후라면 모를까
사랑하는 이가 죽자 사자 조르면 또 모를까
인생은 길을 만나러 떠나온 길
구비 구비 만나는 모든 길이 목적지라고
쓸쓸한 마음 달래며 돌아오다
어두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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