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날들의 풍경들/旅行, 風景 사진틀

상림의 가을을 품에 안다./edmondus

에드몬드 2014. 10. 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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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려 함양 상림의 가을을 품에 안다./edmondus

 

 

가을!

지난해 일찌감치 마중을 나가

백두대간 등줄기타고 내려오던 널 본 건

한계령이었던가?

미시령이었던가?

그때도 예쁜 널 본 건 아쉽게도 잠시였지.

 

이번에는 일찌감치 이곳 상림에서 널 기다리기로 작정 했던 걸

지금쯤 양평 서종 땅 윤초시 네 증손녀 딸이 앉아 놀던 시냇물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을까?

오늘은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殿 ) 부처님 앞에서 아침예불을 드리고 있을까?

그러면서 孤雲숲길 思雲亭 앞을 거닐며 초조하게 널 기다렸지.

 

그런데

해질녘 불쑥 나타난 네 치마가 온통 노랗게 물든 걸 보면

남원 땅 춘향묘 앞 육모정 은행나무 숲에서도 한참 놀다 온 모양이구나.

두 발꿈치가 아프도록 빨갛게 멍이 든 걸 보면

아장아장 더디 걷는 걸음으로 오후 늦도록 지리산 정령치(鄭嶺峙)  고갯길을 힘겹게 넘었겠구나.

쉬지도 못하고 무던히도 오래 걸었겠지.

그래서 뱀삿골 달궁계곡 물 맑은 만수천 개울을 만나 빨간 단풍잎 배 띄우고 한참을 놀아버렸구나.

네 소매 끝이 빨갛게 물든 걸 보면 틀림없겠는 걸.

 

네가 그 더딘 걸음으로 이곳 상림까지 온 걸 보면

지리산 구룡계곡 애기단풍나무 비탈길은 벌써 빨갛게 다 타버렸겠다.

 

가을, 널 기다리는 건 참 애타는 일이었어.

숲길을 지나 동구 밖 길에 나가 목을 빼고 몇 번이나 기웃기웃 거렸는지 몰라.

그래서 이제 겨우 널 만났으니

널 만나 만지고 사랑하고 쓰다듬는 일이

홀로 숲길을 걷던 여인네 머릿결처럼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잠시 머물다 떠나갈 걸 아는 까닭이니

손수건을 꺼내들기 전에 널 다시 한 번 더 꼭 껴안아야 겠다.

 

 

 

2014년 10월 24일  해질무렵 함양 상림에서 가을을 만나고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