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림의 가을을 품에 안다./edmon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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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려 함양 상림의 가을을 품에 안다./edmondus
가을!
지난해 일찌감치 마중을 나가
백두대간 등줄기타고 내려오던 널 본 건
한계령이었던가?
미시령이었던가?
그때도 예쁜 널 본 건 아쉽게도 잠시였지.
이번에는 일찌감치 이곳 상림에서 널 기다리기로 작정 했던 걸
지금쯤 양평 서종 땅 윤초시 네 증손녀 딸이 앉아 놀던 시냇물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을까?
오늘은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捌相殿 ) 부처님 앞에서 아침예불을 드리고 있을까?
그러면서 孤雲숲길 思雲亭 앞을 거닐며 초조하게 널 기다렸지.
그런데
해질녘 불쑥 나타난 네 치마가 온통 노랗게 물든 걸 보면
남원 땅 춘향묘 앞 육모정 은행나무 숲에서도 한참 놀다 온 모양이구나.
두 발꿈치가 아프도록 빨갛게 멍이 든 걸 보면
아장아장 더디 걷는 걸음으로 오후 늦도록 지리산 정령치(鄭嶺峙) 고갯길을 힘겹게 넘었겠구나.
쉬지도 못하고 무던히도 오래 걸었겠지.
그래서 뱀삿골 달궁계곡 물 맑은 만수천 개울을 만나 빨간 단풍잎 배 띄우고 한참을 놀아버렸구나.
네 소매 끝이 빨갛게 물든 걸 보면 틀림없겠는 걸.
네가 그 더딘 걸음으로 이곳 상림까지 온 걸 보면
지리산 구룡계곡 애기단풍나무 비탈길은 벌써 빨갛게 다 타버렸겠다.
가을, 널 기다리는 건 참 애타는 일이었어.
숲길을 지나 동구 밖 길에 나가 목을 빼고 몇 번이나 기웃기웃 거렸는지 몰라.
그래서 이제 겨우 널 만났으니
널 만나 만지고 사랑하고 쓰다듬는 일이
홀로 숲길을 걷던 여인네 머릿결처럼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잠시 머물다 떠나갈 걸 아는 까닭이니
손수건을 꺼내들기 전에 널 다시 한 번 더 꼭 껴안아야 겠다.
2014년 10월 24일 해질무렵 함양 상림에서 가을을 만나고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