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슬픔의 도시 부다페스트
아름다운 슬픔, 죽음에 대한 찬가 - Gloomy Sunday
부다페스트는 아름다운 도시다. 동유럽의 심장과도 같은 곳. 그곳에서 유학생활을 보낸 음악가들은 그렇게 말 한다.
유럽을 여행하고자하는 여행자들에게 꼭 한번은 다녀오시라 권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아름다운 도시 부다페스트는 음악조차 슬프고 아름답다 못해 사람을 죽인다는 말까지 들린다.
1930년대 이 도시를 배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들리는 이 선율「글루미 선데이」를 듣고서는 자살했다는 호사가들의 전설이 은근히 무섭다.
독일의 영화감독 롤프 쉬벨(Rolf Schübel)이 만든 영화 「글루미 선데이 Gloomy Sunday」는 이 음악과 호사가들의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만든 영화이다. 그런데 호사가들 말대로 '사람을 죽이는 음악이 진짜 있기는 하는 걸까?
이 애잔하고 슬픈 음악은 1933년 Rezső Seress(레죄 세레쉬)가 작곡하고 László Jávor (라슬로 야보르)가 글을 덧댄 노래였다.
발표당시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으나 1936년 헝가리에서 발생한 일련의 자살 사건에 이 노래가 관련되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을 타면서 갑자기 이 노래가 유명하게 되었다. 이 노래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차츰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 소문 때문에 '금지곡'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고 이를 흥행에 이용하고자 하는 발빠른 사람들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 과장되게 번져나갔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자료에 의하면 헝가리는 자살률이 높은 국가로 유명하단다. 헝가리인들은 높은 자살률을 가리켜 스스로 '헝가리의 서글픈 전통'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높은 자살률이 「글루미 선데이」와 우연하게도 맞아 떨어지자 소문은 금방 글루미 선데이 때문에 많은 헝가리인들이 자살로 이어졌다는 과장된 소문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리라. 호기심 많은 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헝가리 정부에서 글루미 선데이를 언제, 어떻게 금지시켰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하니 이 설명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곡의 발표이후 헝가리에서 17건의 자살이 있었고 죽기 직전 쓴 유서에 글루미 선데이와 관련된 이야기나 악보 등이 손에 들려 있었다는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다고 하니 소문은 영 거짓말로 만 꾸며진 것은 아닌 듯도 하다.
또한 「글루미 선데이」를 작사한 야보르의 여자 친구가 자살한 것이라든지 작곡자인 세레쉬가 1968년 부다페스트의 한 빌딩에서 투신으로 생을 마감한 일 등을 생각해보면 이 곡은 저주 받은 곡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세레쉬가 죽은 건 곡 발표 후 30여 년이 지난 뒤라고 하니 이 또한 글루미 선데이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찮기도 하다. 세레쉬 자신은 이 곡 이후로 전혀 한 곡의 히트곡도 내지 못했다고 하니 스스로 심리적으로 힘들게 되면서 우울증에 사로잡혀 목숨을 끊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유추를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도 「글루미 선데이」를 듣게 되면 묘한 심리적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건 사실이다.
다들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웬지 뒷골이 당기는 느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