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몬드
2013. 7. 1. 13:14
性徹스님의 出家詩
彌天大業紅爐雪 미천대업홍로설
跨海雄基赫日露 과해웅기혁일로
誰人甘死片詩夢 수인감사편시몽
超然獨步萬古眞 초연독보만고진
하늘을 넘는 큰일도 붉은 화로 속 한 점의 눈송이 지나지 않고
바다를 덮을 큰 기틀이라 한들 밝은 햇살아래 한 점 이슬이다
다들 잠시 꿈속 세상에 꿈을 꾸며 살다가 죽는 것을.
참된 진리 향해 나 홀로 초연히 걸어가리라.
寺門에 들어서기 전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속세를 떠나며
글 한줄 남긴 퇴옹당의 심회가 애틋하다.
세속의 인연을 끊는 일에는 어찌 모진 심사가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각오가 담긴 마음을 잠시 엿본 듯하다.
性徹스님의 게송
게송(偈頌)이란 절집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함축하여 표현하는 韻文體의 짧은 詩句를 말한다.
게송(偈頌) 중 하나를 悟道頌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신의 깨달음을 얻은 순간 이를 詩歌로 남긴 禪僧들의 禪詩이다.
역대의 高僧들이 대개 悟道頌을 남겼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性徹스님께서도 출가 4년 만에 대구동화사 금당선원에서 홀연히 깨달음을 얻고 悟道頌을 남기셨다.
黃河西流 崑崙頂(황하서류 곤륜정): 황하수 곤륜산 정상으로 거꾸로 흐르니
日月無光 大地沈(일월무광 대지침):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지는 도다.
遽然一笑 回 首立(거연일소 회 수립): 문득 한번 웃고 머리를 돌려서니
靑山 依舊白雲中(청산 의구백운중): 청산은 예대로 흰 구름 속에 섰네.
위 번역은 널리 알려진 불교인재원의 풀이이나 또 다른 분(필명: 니르바나)이 연구한 풀이를 보면
황하를 西로 거슬러 곤륜산정에 올라보니,
일월음양(能所)은 빛을 잃고, 대지(境界)도 꺼져버리네.
아하! 이런 거였어? 한 번 웃고는, 돌아와, 머리 들어보니,
청산(色界)은 여전히 흰 구름(無明) 속에 싸였구나.
이 풀이가 俗人들에게는 오히려 더 쉬워 가슴에 와 닿는다.
퇴옹당 성철 그분이 돌아가신지 어느덧 스무해 오늘
번거로운 세상일에 잠시 손을 놓고 짧은 생각을 적다.
2013년 11월 4일 퇴옹당 열반 스무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