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몬드 2013. 6. 28. 00:30

 

 

 

친구야!

 

지난해 겨울은 유난히 길고 깊었으니 오는 봄이 그리도 반갑고 따뜻하다.

아침에는 집안 宗中일로 고향을 잠시 다녀왔다.

읍내에서 고향으로 들어가는 길목 부터 지천으로 피어 흔들리는 하얀 벚나무 꽃 가로수가 족히 십리는 될 것 같았다.

길가다 멈추고 차를 세워 구름 같은 꽃그늘아래서 잠시 하늘을 보았다.

지난 가을하늘도 오늘 설레는 봄 하늘만큼 맑고 푸르렀던가?

가던 길에서 걸음을 세워 마음의 빗장을 풀고 한가로이 예쁘게 핀 꽃구경을 해본지 얼마 만이었지?

 

 

 

참! 그래. 자네 세월은 어떤가?

어디 잡는다고 멈추어 줄 녀석이던가?

소용없는 짓이었지. 그러고 둘러보니 벌써 4월도 중순이 후딱 지나고 있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일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제껏 우리가 살아온 일이 그랬었지.

세상일 쉽고 만만한 것 어디 한 가지라도 있었던가?

부모님으로부터 철모르고 넘겨받았던 세상 한 귀퉁이에서 우린 가끔은 구겨지기도 하고 때로는 상처를 입어가며 두 발 자전거 배우듯 위태롭게 살아왔지.

가끔은 후회를 하면서도 삶의 목표란 걸 보듬고 안고 넘던 고개 너머에는 항상 또 다른 새로운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을… … .

 

 

그래. 자네 말처럼

이순을 넘긴 나이가 되니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에도 세월이 묻어 지나 가던 걸 .

그러다보니 우리가 건너온 강의 저편 나뭇가지에도, 우리 이마위에도  어느새 하얗게 꽃무더기 가 앉았네.

그래도 우리 함께 가세.

조금 앞서거니 뒤서거니 조바심을 내며 간들 우리 모두 가야 할 곳은 결국 한 곳인 것을.

어릴 적, 해 긴 봄날 배가 고파도 먹을 게 없어 물배를 채우던 때가 없지 않았지.

그러니 한두 끼 굶은들 대수인가?

마음까지 가난해지면 머리맡에 둔 책을 들면 될 일이고.

그래도 더 견디기 힘들면 멀리 있는 자넬 생각하며 산그늘에 마음 기대면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네.

 

내가 그린 그림에 자네자리가 없었다면 내 삶은 얼마나 칙칙하고 볼품이 없었을까?

눈을 닦고 봐도 내겐 친구래야 평생  자네들 둘이 전부였던 걸

더 이상 내 그림이 어둡다고 하얀 물감을 덧대는 일은 하지 않겠네.

어릴 때 선생님으로부터 그런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배웠지.

 

 

오늘 자네 그림자를 먼 산에 얹어두고 홀로 선 강기슭

아름다운 봄날 하얀 봄꽃이 지천으로 흩날리니 길섶에 숨어 핀 노란 꽃다지도 오늘은 더 예쁘다.

그래서 오늘은 목마르게 친구 자네가 더 생각이 난다네.

 

2013년 4월 중순 봄 깊은 날  이 세상에서 딱 둘 뿐인 친구를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