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날들의 풍경들/내 마음의 잔상(殘像)
동해 바닷가에서 살고 싶다. /edmondus
에드몬드
2013. 2. 23. 23:21
동해 바닷가에서 살고 싶다.
黎明에 빠진 칠포 앞 바닷가 마을은 아직 微動도 없다.
다만 애꿎은 바위만 푸른 파도 때문에 시퍼렇게 멍이 들 뿐이다.
그래도 내게 다시 태어나는 幸運이 주어진다면
다음 생은 東海 바닷가에서 살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맑은 바람은 가슴에 불어 올 것이다.
또 시린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실 것 이다.
이 맑은 氣運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어찌 다 감당하랴?
내게 그런 幸運이 주어지게나 될까?

칠포 앞 바닷가에 서면
속살을 드러낸 오징어며
먼 바다를 건너온 북 태평양 명태들도 벌써 故鄕을 잊었다.
아무리 추운겨울이라도
陽地 볕바른 따뜻한 햇살이면
얼었던 몸도 마음도 한꺼번에 녹는다.

짙푸른 동해바다를
잠시 붉게 물들이며 힘차게 솟는 해를 보면
나는 단박에 한 세상 건진 漁夫가 된다.
부신 햇살에 눈이 먼다.
이보다 더 한순간 가슴 떨리는 벅찬 喜悅이 또 어디 있으랴?

나도
오래 이곳에 살다 보면
日常에 무디어진 바닷가 張三李四 匹夫처럼
이토록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고도
아무런 감동을 모르게 되는 건 아닐까?

내게 다시 태어나는 幸運이 주어진다면
참으로 다음 生은
東海 바닷가 조그만 시골학교에서
세상일에 물들지 않은 꼬맹이들을 가르치며
東海바다 푸른 바닷물처럼 맑게 살다 가고 싶다.
동해 칠포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를 쓰다. 2003. 12.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