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는 남해 바다에 있다. 사량도는 순박한 섬 처녀 같은 곳이다. 섬은 아름다운 옥녀봉 바위산 기슭을 품고 남해의 짙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폭 그림이 된다 뭍에서 페리호를 타면 가까이 고성 용암포에서는 30분, 다소 멀리 삼천포항에서라면 50분쯤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러나 섬은 쉽게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 보여주지 않는다. 섬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서는 제대로 섬의 진면목을 알기 어렵다. 섬은 사량도의 윗섬과 아랫섬 사이 좁은 해협을 들어서는 이에게 비로소 제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섬을 찾는 사람들은 이 섬이 품은 옥녀봉을 오르기 위해 오는 분들이 많다. 아름다운 바다풍경과 아기자기한 바위산 옥녀봉 등산의 즐거움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쁜 길손이라면 이번에 새로 닦은 섬 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묘미다. 길 중간 바닷가에는 홀연 섬을 찾은 나그네 마음을 빼앗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옥동, 사금, 돈지, 금복개, 내지, 역개, 논개, 답포, 대항 이런 지명들이 사량도 윗섬에 있는 조그만 바닷가 마을의 이름이다. 사량이란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좁은 해협이 마치 뱀을 닮았다하여 사량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하였다. 마을은 좁은 해협을 따라 가지런히 예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오랜 산 섬 아낙에게 이 섬에 많다던 뱀 이야기를 물어보니 뱀보다 오히려 난데없이 산돼지 바람에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란다.
이 섬에는 또 지리산도 있다. 섬에서 멀리 북쪽으로 지리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여 地理望山이었으나 사람들이 지리산으로 하나 둘 줄여 부르다 이제 그냥 지리산이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랫섬엔 칠현산이 옥녀봉과 함께 남매처럼 지리산을 마주보고 있다.
섬마을에 노을이 진다. 이 섬의 나그네들은 지금 떠나야 할 때다. 늦은 오후 길손들을 실어 나를 페리호가 아랫섬에서 윗섬으로 올라오고 있다. 배를 기다리는 여인의 어깨위로 붉은 노을이 따뜻하게 내려 앉았다.
가까운 남해 바닷가 순박한 섬마을 모습이 그리우면 햇볕 따뜻한 어느날 문득 사량도에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