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가는 소리/나에게 보내는 시
낙동강 / 안도현
에드몬드
2012. 12. 16. 00:47
낙동강 / 안도현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어릴 적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
어둠이 강의 끝 부분을 지우면서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그러나 그물을 빠져 달아난 한 뼘 미끄러운 힘으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치는 은어떼들
나는 놓치고, 내 살아온 만큼 저물어가는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
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
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는 강물
아아 나는 아버지가 모랫벌에 찍어놓은
발자국이었다, 홀로 서서 생각했을 때
내 눈물 웅얼웅얼 모두 모여 흐르는
낙동강
그 맑은 마지막 물빛으로 남아 타오르고 싶었다.
Bandri- sound of si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