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벗어 걸어 둔 곳/모노로그(獨白)들.........

돌아갈 故鄕을 잃었습니다. /edmondus

에드몬드 2009. 10. 10. 08:45

 

 

돌아갈 故鄕을 잃었습니다. /edmondus

 



찬바람부는 세상(世上) 속으로
하나 둘  자식(子息)들을 떠나보내던 날
산골마을 힘없는 노모(老母)는 품안에서 재롱을 떨던 귀여운 손자(孫子)를 잃었습니다.

명절(名節)이 다가오면 사립문 열고
동네 어귀에서 피붙이를 기다리던 허리 굽은 그 분들이 

무정 (無情)한 세월(歲月)에 못 이겨 하나 둘 世上을 떠나시던 날.
집 돌담 옆에서 노인(老人)과 같이 늙어가던 등 굽은 감나무도 정다운 친구(親舊)를 잃었습니다.

배고픈 가족(家族)들이 옹기종기 모여들면
빨갛게 기세오르던 장작불에
뜨겁게 달아 올랐던 아궁이도
뜨거웠던 황토방 구들장 아랫목도
이젠 따뜻한 온기(溫氣)를 잃었습니다.

해 어스름 무렵이면
산기슭을 맴돌아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구수한 저녁연기를 내 뿜던 토담굴뚝도
따뜻했던 옛 기억(記憶)을 잃었습니다.

우리들 기억(記憶)속의 고향(故鄕)은
적막(寂寞)과 고요 그리고 침묵(寢默)만이 主人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돌아갈 따뜻한 故鄕을 잃었습니다.


 

.

 

 

 

 

 

 

 

 


2008년 11월 23일 집현산 기슭 효자리 효잠 웃마을(독점마을) 풍경입니다.
가을이면 아름다운 마을 풍경에 반해 가끔 들렸던 곳입니다.
높은산 중턱 깊은 산골이다 보니 많아야 열집 남짓한 마을엔 벌써 빈집만 반이 넘었습니다.
나이 많으신 老人들은 한분 두분 세상을 떠났고 한번 고향을 떠나 대처로 간 子息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마을 어귀 이끼낀 돌담길을 돌아서니 문득 휑하니 뚫린 돌담문엔 찬바람만 가득합니다.
서럽게 주인잃은 빈집엔 늙은 감나무만 남아 쓸쓸히 겨울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프로필 작성